장인의 손길로 지은 자연의 맛 ‘인견’(주)청향엔에프, 40년 북직기 생산 노하우로 천연섬유 우수성 알려2018.02.09 20:40 TIN NEWS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 인견소재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 (주)청향엔에프 홍성희 대표 © TIN뉴스 장인의 손길로 지은 순수 자연의 맛 ‘인견’을 입다 심상보 기획총괄상무 영입… 인견 소재 브랜드 ‘실라’ 리뉴얼 진행 자체 원단 베이스로 경쟁력 확보, 리즈너블 컨셉으로 오리지널 추구 (주)청향엔에프(대표 홍성희)가 인견(Viscose Rayon)소재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를 리뉴얼하고 영업 확대에 나섰다. 2012년 런칭된 ‘실라(www.hshilla.com)’는 대구를 거점으로 40년 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견을 제직하고 있는 섬유업체인 ‘동덕섬유(DONGDEOK TEXTILE)’를 모체로 한 브랜드다.‘실라’는 그동안 팝업매장 형식의 영업을 주로 해오다 지난해 9월 디자이너 심상보 씨를 기획총괄상무로 영입하면서 전반적인 브랜드 리뉴얼에 들어갔다.올해 1월 섬유와 브랜드사업을 통합하여 섬유 및 의류 제조 유통 회사 ‘(주)청향엔에프’를 설립하고 현재 백화점과 대리점 영업을 위한 쇼룸을 본사에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 청향엔에프, 인견 브랜드 ‘실라(SHILLA)’ 2018 Spring/Summer 시즌 컬렉션 화보 © TIN뉴스 가장 귀한 자연의 열매를 뜻하는 ‘실라’는 자연에서 소중한 재료를 구하고, 정성을 다하여 사람들의 편안한 삶을 위한 의복을 제작한다는 컨셉을 추구하고 있다.30~40대 소비자의 자연에 대한 추구를 만족시키고자 전통적인 기법으로 제작된 친환경소재인 인견을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소규모 공장에서 숙련된 기술자들에 의해 천연소재, 천연염색, 핸드메이드 기법을 사용해 생산된다.인견은 나무에서 추출한 순수 천연소재의 셀룰로스 섬유로 레이온(rayon)의 한 종류다. 인견은 가볍고 시원하며 통풍이 잘되는 대표적인 여름 소재다. 또 땀 흡수력이 탁월하고 정전기가 없어 착용시 쾌적함을 느낄 수 있으며, 식물성 섬유로 연약한 피부의 아기들이나 민감성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다. ▲ (주)청향엔에프 인견은 1980년대에 제작된 북직기(Shuttle Loom Machine)를 사용하여 직조된다. © TIN뉴스 특히 동덕섬유의 인견은 1980년대에 제작된 북직기(Shuttle Loom Machine)를 사용하여 직조된다. 북직기는 날실 사이를 이 북이 왕복하여 씨실을 삽입하는 고전적인 방식의 직기로 현재는 소음을 줄이고 생산력을 향상 시킨 북 없는 직기(Shuttleless loom)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그러나 북직기 섬유의 독특한 조직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폭, 소량생산 되는 북직기만 구현할 수 있다. 북직기로 제직된 동덕섬유의 인견은 정전기 발생이 적으며 뛰어난 청량감을 가지고 있는 귀한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대한민국 인견의 우수성을 알리는 선두 주자 (주)청향엔에프만의 경쟁력과 인견전문 브랜드 ‘실라’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홍성희 대표와 심상보 상무에게 들어봤다. ▲ 40년 전통방식으로 생산하는 인견소재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 로고 © TIN뉴스 인견전문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 탄생 스토리 홍성희 (주)청향엔에프 대표 “인견이라는 자연섬유의 원래 부산과 대구에 생산되었다. 2005년과 2006년 당시 부산 진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에는 인견이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서울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못했다.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 부모님이 인견 공장(동덕섬유)을 하시는 대구에서 시장조사를 하다가 속옷 소재로만 사용하던 인견에 나염을 찍어 잠옷이나 이불로 판매하는 것을 보게 됐다.”“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언니가 동대문에서 운영하던 ‘삼공오’라는 인견 원단 가게에서 나염이 된 인견 원단과 함께 겉옷을 몇 점 만들어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12년 디자이너 생활을 정리하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열망에 ‘실라(實羅, SHILLA)’라는 인견전문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인견은 민평, 자카드, 연사직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같은 원단이지만 푹 삶는지 덜 삶는지 댕기는지 안 댕기는지 가공의 차이에 따라서 아이템이 다양해진다. 저희 공장은 생지만 생산하고 기계에서 내리면 제가 그것을 가지고 가서 염색소나 나염집에 간다. 원단이 올라오면 저는 디자인과 기획, 봉제해 상품을 만든다.”“옷을 하시는 다른 분들은 저희가 원자재가 되니까 많이 부러워한다. 나염 찍고 염색하는 것이 다른 분야지만 오랜 기간 다뤄온 공정이고 저희 자체 내 공장은 아니지만 같이 해온 협력업체들이 있으니까 실라 인견제품 만의 특징이 있다.” ▲ 인견소재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 (주)청향엔에프 홍성희 대표 © TIN뉴스 “옷은 패턴(옷본)이 중요하다. 사람이 입었을 때 맵시가 나야한다. 뚱뚱한 사람도 날씬해 보이고 날씬한 사람은 좀 부해 보여야 한다. 저는 지금도 생산할 때 맵시를 본다. 저도 몸매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 가려야 할 곳이 많다. 디자인을 하면서 직접 피팅도 하고, 문제점도 찾고, 손님들에게 제가 잘 입는 걸 보여주면서 판매도 하고 하는 것이 제 장기이자 노하우인 것 같다.”“동덕섬유는 예전부터 고정고객이 있어 속옷이나 수의에 많이 쓰였다. 한복 수요가 줄어들면서 거래처가 줄었지만 요즘에는 옷 하시는 분들도 많이 가져가신다. 하지만 브랜드화하고 백화점 입점한 데는 저희 밖에 없을 거다. 전부 다 특산물 파는 곳에서 판매를 한다든지 아니면 백화점 행사 기간에 행사장이나 매대에서 팔고 있다.”“제가 지금까지 5-6년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버텼던 것은 인견이라는 좋은 소재를 다른 곳에서는 대충 만들어 판매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자신 있게 저희 옷이라고 보여드리고 권해 드릴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옷도 내가 만든 밥이라고 했을 때 먹고 나서 맛이 없다고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맛있게 만들어서 드려야 한다.” ▲ 40년 전통방식으로 생산하는 인견소재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 제품 © TIN뉴스 “청향엔에프처럼 북직기로 짜는 업체가 이제 대구에서도 열손가락 꼽을 정도로 몇 집 없다. 다 에어제트 같은 전자직기로 짠다. 북직기와 에어제트 차이를 쉽게 설명하면 에어제트로 짜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결도 좋지만 반면 북직기는 거칠고 빈티지한 느낌이 있어 더 시원하다. 그게 오리지널 자연의 맛이 난다.”“똑같은 자리에서 염색을 해도 한쪽은 짙고 한쪽은 옅은데 장력의 차이로 인해 북직기에서 짜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염색기법으로 가리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 원단이 불량 난 게 아니라 북직기의 원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의 것, 자연의 것처럼 옛날 그대로를 살려서 만들겠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고 상무님도 마찬가지다. 이걸 가지고 키우면 일본처럼 장인들 2세들 3세들 대대손손 내려올 수 있다. 저희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줄줄이 이어서 전하려고 한다.” ▲ 청향엔에프, 인견 브랜드 ‘실라(SHILLA)’ 2018 Spring/Summer 시즌 컬렉션 화보 © TIN뉴스 ▲ 심상보 (주)청향엔에프 기획총괄 상무 ©TIN뉴스 인견전문 브랜드 실라가 추구하고 가야할 길 심상보 기획총괄 상무 “듀폰처럼 섬유자체를 브랜드화한 게 아니다보니 과거의 노동집약형으로는 성장을 해도 벤더처럼 OEM만 하거나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전부다.”“노동집약형 산업이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거의 다 왔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의 전성기도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노동집약형으로 할 수 있는 것 다음이 기술을 통해 브랜드를 붙일 수 있는 원자재를 만드는 것이다.”“제직이나 가공 등 섬유업체 하시는 많은 분들이 브랜드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실제로 사업을 하다가도 쉽게 포기한다.”“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의 도움으로 공동 브랜드도 만들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브랜드가 되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한다. 난 잘 만드는데 왜 브랜드가 안 되지 이런 생각만 한다.”“예전에는 브랜드를 하려면 디자인만 예쁘게 하면 됐지만 지금은 기술이나 공정의 특징 같은 차별화된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없으면 결국 가격경쟁의 끝에서 경쟁자를 만나야 한다. 대량생산 말고 손으로 하는 작업이나 좋은 원자재를 공급하는 게 차별화 면에서 제일 괜찮다.” ▲ 40년 전통방식으로 생산하는 인견소재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 제품 © TIN뉴스 “실라 브랜드가 매력적인 것은 실제로 원자재의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견이라는 특화된 재생섬유는 사람이 손을 대서 천연에서 직접 뽑은 것 말고 손으로 해서 만든 섬유 중에 가장 원초적인 인조섬유다.”“인견은 자연의 성질을 그대로 갖고 있는 펄프를 녹여서 실크처럼 뽑는 것으로 원시적인 방법의 제조 상태에서 형태를 조금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실라의 인견 소재는 40년 전부터 지켜온 옛날 직기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 그러한 빈티지를 베이스로 브랜드를 만들고 그런 스토리가 담겨 있는 기능택도 만들었다.”“국내에서 섬유하시는 분들이 개발방향을 못 잡고 계속 안 된다고만 생각한다. 사실 요즘 국내에서 개발한 원단이라고 해봐야 ‘듀퐁과 비슷한데 조금 싼 것’ ‘고어텍스랑 비슷한데 조금 싼 것’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제품들이다. 다 짝퉁이고 남의 스토리를 얻어 살아가는 가상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진짜가 하나도 없고 나라가 전체가 짝퉁이 됐다. 난 누구랑 비슷해 그 얘기만 계속 해서는 경쟁력을 얻을 수 없다.”“제가 항상 하는 얘기가 진짜 만들기다. 진짜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여기 실라 쇼룸도 난데없이 집을 사서 들어온 게 아니고 대표님이 어린 시절부터 살던 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그게 리얼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리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 40년 전통방식으로 생산하는 인견소재를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실라(實羅, SHILLA)’ 제품 © TIN뉴스 실라의 방향성 첫 번째 길 패브릭에서 찾다 “첫 번째는 소잉(Sewing)이나 메뉴팩쳐링(Manufacturing), 패브릭(Fabric)이든 베이스를 가져야 한다.”“실라는 인견이라는 자연섬유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다. 앞으로 섬유를 기반으로 어떻게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는지 그것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실라는 섬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봉제도 마찬가지로 베이스가 될 수 있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재와 미싱 두 가지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요즘 다 영업 얘기만 하는데 영업은 어디나 똑같아서 판다는 하나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디자인은 생산 즉 섬유, 봉제 두 가지를 말하는데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라도 장점을 갖고 있는 회사가 어떻게 브랜드화 할 수 있는지를 머리로 그려나가고 있다.” ▲ 청향엔에프, 인견 브랜드 ‘실라(SHILLA)’ 2018 Spring/Summer 시즌 컬렉션 화보 © TIN뉴스 실라의 방향성 두 번째 길 리즈너블에서 찾다 “두 번째는 제품을 만들려면 리즈너블(reasonable)한 브랜드를 해야 한다. 따라서 영업이나 상품가치를 올리는 것 외에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 만들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찌(GUCCI) 같은 브랜드를 만들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20년 전부터 2류 브랜드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2류 브랜드는 이름이 있으되 굉장히 리즈너블한 즉, 손님들한테 제품 자체로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구찌니까 제품이 좋은 게 아니고 제품이 좋으니 그걸 만드는 회사가 어딘지 알고 싶어 하는 그런 브랜드다.”“어떤 회사가 만들었는지 물어보면 답할 수 있는 게 브랜드다. 제품이 아닌 이름만 가지고는 메인드 인 코리아가 메인드 인 프랑스를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인견브랜드의 최고는 한국에서 할 수 있다.” ▲ 가장 귀한 자연의 열매를 뜻하는 실라(實羅, SHILLA)의 로고는 페미닌한 무드를 바탕으로 곡선의 자연스러움을 살려 디자인하고 ‘S’의 철자모양을 변형하여 원사의 형태를 연상하도록 하였다. © TIN뉴스 “저가 브랜드 중에 유니클로가 소재의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다. 유니클로의 히트텍 소재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서 유니클로를 이길 수 없다. 경쟁력을 가진 소재를 브랜드화하고 그것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가격대를 갖고 있는 가치가 있는 레벨이 되어야 한다.”“그 레벨에서 브랜딩 하는 방법은 가장 가치 전달이 쉬운 방법으로 해야 한다. 예전에는 브랜드를 만드는데 인테리어에 돈을 쏟아 붓고 광고를 있는 데로 다 했다. 심지어 제품 하나 런칭하면 그해 광고비가 거의 매출액에 20%정도 나갈 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첫해는 보통 10% 잡고 그 다음 런닝 중에도 3~5%를 광고비로 썼다.”“인테리어비용이 매장 하나에 1억씩 들여도 2년 뒤에는 치워야 한다. 대충 한 달에 인테리어비용 감각상각비가 5백만 원씩 들어간다. 매출이 1억이 안 나오면 인테리어비용이 5%가 넘어가고 광고 홍보비까지 더 하면 10%가 판매가에서 날아간다. 그런 행동은 미친 짓에 가깝다.” ▲ 인견소재 브랜드 ‘실라’ 본점은 (주)청향엔에프 홍성희 대표가 어린시절 살던 집을 개조한 것이다. © TIN뉴스 “실라의 인테리어는 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어디든지 가서 짤 수 있는 모듈화 되어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여기 집기들은 다 움직이고 조립이 가능하다. 나중에 벽이 필요하면 벽장도 만들어서 세울 계획이다. 그런 면에서 그냥 보조 집기 같은 정도의 상태로도 인테리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또 하나 여러 다른 이유로도 광고 홍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흥미로울 수 있는 동영상을 만들어 알리고 있다. 예를 들면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같은 이게 뭘까 생각하게 하는 광고는 자본을 앞세울 수 있는 대기업에서 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진짜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라면 저거 되게 괜찮은데 어디서 만든 거야 묻는 것처럼 마케팅 방법이 거꾸로 되어야 한다. 콘텐츠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에 백 히스토리를 생기게 하면 된다.” “사진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막 돌아다녀야 한다. 사진을 보고 모델이 누구지 저 옷 브랜드가 뭐지 누가 찍은 거지 이런 식이 되는 거다. 이런 식의 홍보는 예전 방식에 광고와 전혀 다르다. 그것은 그냥 광고 사진 하나 자체가 콘텐츠 일뿐이다. 홍보비용도 과거와 다른 새로운 형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지금은 메인로드에 매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실제 거리보다는 하남 스타필드처럼 몰이 더 중요해 진다. 몰은 장사하기 좋은 공간을 파는 거다. 지금은 메인로드에 위치해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목이 좋아서 팔리고 이런 얘기는 ‘빠이빠이’ 됐다.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을 뒤지거나 전문 매장으로 바로 간다. 굳이 돌아다니려면 돌아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 여유로우면서 조용한 품위가 넘치는 가게들로 가득한 일본의 ‘지유가오카(Jiyugaoka)’ © TIN뉴스 ▲ 조화롭지 못한 다양한 간판들로 가득찬 한국의 홍대 거리 © TIN뉴스 “만약 일본의 ‘지유가오카(Jiyugaoka)’ 어딘가 나무 밑에 앉아있었다고 하면 아무데서나 찍어도 사진이 그림이 될 정도로 배경이 괜찮다. 반면 한국의 홍대에 가서 아무데나 앉아서 찍으면 다 간판 천지에 엉망진창이다 보니 쓰레기처럼 나온다. 일본은 로드가 거기에 들어가 있는 브랜드나 제품을 광나게 해주지만 우리나라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로드 자체를 핸들링 할 수 있는 몰이 자꾸 생긴다.”“몰에서는 좌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또 간판을 함부로 달수도 없고 MD한대로만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일본보다 더 급격하게 몰에 몰릴 수밖에 없다. 라이프스타일을 몰 안에서 만들어 주다보니 백화점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몰은 계속해서 생기게 될 거고 결국 백화점들은 진짜 임대업을 하게 될 수도 있다.”“아예 로드샵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옛날처럼 명동의 로드에 있어야 되는 일은 이제 필요 없어졌다. 대기업들은 홍보용으로 랜드마크에 들어 갈 수는 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이 들어가서 될 일도 아니고 땅값이 왜 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옛날에 명동 같으면 기본 마진을 1억 보장해주고 오픈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없어졌다.” ▲ 청향엔에프, 인견 브랜드 ‘실라(SHILLA)’ 2018 Spring/Summer 시즌 컬렉션 화보 © TIN뉴스 실라의 방향성 세 번째 길 정확한 컨셉에서 찾다 “세 번째는 진짜 브랜드에 대한 방향성이다. 실제 한국에는 제대로 된 브랜드가 하나도 없다고 얘기했는데 브랜드의 방향성은 당연히 컨셉이 있으면 된다.”“컨셉이 있으면 된다는 거 많이 들어본 얘기지만 여전히 컨셉이 뭔지도 무엇을 할지도 모른다. 다 비슷한 아이템에 해외에서 샘플 사다가 카피하면 브랜드가 되는 줄 알고 있다. 아니면 시장물건을 라벨갈이하면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주)청향엔에프 인견 브랜드 ‘실라’에 비치되어 있는 액세서리와 침장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 TIN뉴스 “쉽게 얘기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인테리어로 컨셉을 잡는다. 딱 보면 이거 뭐 파는 곳인지 아는 것처럼 ‘빵 팔아요’ 하면 빵 파는 거다. ‘빵 팔아요’ 하고 술 팔고 있으면 이상한 거다. 인테리어로 컨셉을 잡고 그걸 컨셉이라고 얘기하는 이상한 형태가 됐다.”“계란장사라면 계란을 싸놓으면 그게 인테리어다. 컨셉에 따른 인테리어를 하는 게 아니라 아이템으로 컨셉이 보여야 된다. 그런데 아이템을 빼버리면 잘 보이는데 아이템이 들어가서 섞어 놓으면 아무거나 다 똑같다. 컨셉에 대해 이상하게 마케팅 컨셉, 아니면 인테리어 컨셉 이러고 있다. 그렇게 자꾸 얘기하니까 남이 물어보면 저도 그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지만 인테리어와 마케팅은 아이템의 컨셉에 따라서 하면 된다.” ▲ 호주의 라이프스타일 중심지 애들레이드에 위치한 Adelaide Central Market 계란 판매 부스 © TIN뉴스 “계란을 파는데 어떤 계란을 파는지 예를 들면 농장직수입이면 농장 같이 해놓던지 그것을 명확히 하는 인테리어가 있어야 한다. 그 컨셉을 모르니까 브랜드나 아이템이 다 똑같은 거다. 현재 우리나라의 로컬 브랜드들은 갖고 있는 영업망을 유지하면서 제품 개발비용은 최소화하여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한다.”“인원 다 줄이고 개발인력 다 외부로 빼고 카피한 제품을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해외에서 생산하고 배수는 높이고 판매가격은 낮춰서 계속 행사만 해서 팔고 있다. 외형은 유지가 되지만 중간 마진을 가져가던 사람은 다 죽어 나간다.”“또 유통에서는 저가 제품을 다양하게 들어오길 요구하다보니 브랜드들은 시장제품을 라벨갈이해서 자체 브랜드인양 판다. 결국 마지막에 가면 브랜드의 컨셉이 없어진다. 해외 컨템브랜드들 중에는 시장 출신이 많다. 우리나라도 시장에서 브랜드가 나와야 하는데 브랜드가 시장제품을 자기 것으로 팔고 있으니 시장은 시장대로 브랜드가 안나오고 브랜드는 컨셉이 사라지고 엉망이다.” ▲ 유럽의 각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 TIN뉴스 “진짜 브랜드에 대한 방향성을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유럽에서 찾으려한다. 현대 문명을 주도하는 유럽도 150-200년 전부터 선진국이지 그 전에는 제국주의가 끝나면서 쫄딱 망하고 다 못살았다. 그런데 그 200년이 어마어마한 거다. 그 동안에 우리는 성리학에 빠져 조선시대를 보내고 일제강점기를 지나서 6.25전쟁이 있은 후에야 우리 것을 찾으려 노력한 게 딱 50년이다. 선진국이 200년 동안 이룬 것을 50년 동안 비슷하게 만들었으니 허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0년이 지나도 유럽처럼 될 수는 없다.”“우리나라에서 사실 문화적으로 바라볼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히로시마 폭격을 당하기전까지는 외세의 침입을 받은 적이 없다. 그리고 17세기초부터 서양의 문화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받아들여 발전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 격차는 두 배 밖에 안 나지만 브랜드나 문화적인 격차는 엄청나다. 그래서 일본에 가보면 컨셉이 다양한 브랜드가 많다.” “그것을 계속 보면서도 하나의 특별한 아이템들만 카피하고 있지 전체적으로 그들이 끌고 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해를 잘못한다. 그러니까 시장조사를 가서도 왜 브랜드가 저렇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카피만 한다. 제일 좋다는 회사도 그러고 있거나 아니면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실라의 컨셉도 유럽브랜드를 어랜지한 일본브랜드의 방향과 같다. 쇼룸을 본 사람들이 일본 브랜드 같다는 데 그 얘기가 나쁘게 들리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브랜드 같다는 표현은 좀 괜찮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실라의 컨셉은 좀 더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하려고 한다." ▲ 청향엔에프, 인견 브랜드 ‘실라(SHILLA)’ 2018 Spring/Summer 시즌 컬렉션 화보 © TIN뉴스 “컨셉이 정확해야 하는데 실라가 가지고 있는 방향성이 친환경은 아니다. 인견을 제작하려면 펄프를 녹여야 하고 그러면 숲이 없어진다. 그래서 친환경은 아니고 천연 소재를 가지고 하는 자연주의로 봐야 한다.”“우리나라의 IT산업과 과학기술이 그렇게 발전했다고 하는데 기온이 영하 20도로 떨어지니 두집 걸려서 다 동파가 됐다. 물이 안 나와서 화장실에 못가고 참아야 하고 호텔에 가서 자고 가족들이 방 하나에서 전기장판을 켜야 한다. 영하 20도로 내려가니까 사회가 마비가 된다. 이게 발전한 세계인지 의구심이 든다.”“진짜로 서울에 지진이 나면 살아남을 건물이 있는지 모르겠다. 요 근래에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를 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발전한 것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기술이 뭔가 발전했다는 착각 때문에 더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하물며 옷은 더 발전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충분히 해온 걸로도 앞으로 만년을 입어도 된다.” ▲ (주)청향엔에프 인견 브랜드 ‘실라’는 동덕섬유에서 150년 된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직한다. © TIN뉴스 “동덕섬유에서 150년 된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직한다. 20년 전부터 에어제트로 하는 게 나오면서 생산량이 대폭으로 오르고 가격은 내릴 수 있지만 사실 북직기 같은 정도면 된다. 더 이상 필요가 없다.”“욕심을 내면 낼수록 수치로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면서 컨셉은 없어지고 기술에 대한 얘기만 하게 된다. 기술에 대한 얘기로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4차산업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4차산업도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4차산업은 방식이지만 그것을 통해 소비자가 소비하게 될 것은 브랜드다. 그래서 브랜드가 필요하다.”“지금도 미싱은 브라더 미싱, 손가락은 열개면 섬유제품은 다할 수 있다. 그러나 인견을 제작하려면 실크를 다루듯이 섬세한 봉제방법이 필요하다. 그걸 하려면 마스터 같은 분들의 특별한 제품 생산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실라는 실라만의 소재로 실라만의 생산 방법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갈 것이다.”